샴페인의 역사 4 : 19세기, 당분으로 완성된 샴페인

이전 포스트, 영국의 엄청난 영향력에서 17세기 영국에서 와인에 설탕과 당밀을 첨가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던 사실을 언급했었습니다. (링크된 포스트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8세기 산업 혁명을 거쳐 19세기에 현대 샴페인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 시기에 당분을 이용한 스파클링 와인 제조 방법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는 당분이 샴페인의 발전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당분, 알코올 도수를 높이다

와인 제조 과정에서 당도가 낮은 포도즙에 당분을 추가하는 작업을 샵탈리제이션 chaptalization 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1801년, ‘당도를 높이면 알코올 농도가 높아진다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던 프랑스 화학자 장-앙투안 샤프탈 Jean-Antoine Chaptal 이름을 따온 명칭입니다. 그의 연구는 당시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시대 잦은 전쟁으로 프랑스 와인의 품질이 크게 떨어져 이를 개선하고자 처음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19세기초 발표된 샤프탈의 논문이 17세기 영국의 과거 상황(와인에 설탕과 당밀을 추가했던)을 기반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둘다 당분으로 와인의 저장성과 품질을 개선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영국은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탄산가스)에 중점을 두었고, 샤프탈은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죠.

샤프탈이 직접적으로 스파클링 샴페인을 염두에 둔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설탕에 대한 이론은 19세기 샴페인의 눈부신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샹파뉴와 같은 추운지역에서 재배되는 낮은 당도의 포도로도 충분히 알코올 농도를 높일수 있다는점, 또한 2차 발효시 발생하는 탄산가스의 양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점입니다.  

2. 당분, 탄산가스를 조절하다

19세기 초반 상파뉴의 약사였던 장-밥티스트 프랑소아 Jean-BaptisteFrançois 는 1830년대에 잔류 당분을 측정하는 장치 (수크레 오에노메트르 sucre oenometre)를 개발하고, “스파클링 와인 잔류당과 발생하는 탄산가스압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병입시 첨가하는 당분의 양으로 2차 발효중 생성되는 탄산가스 양을 조절할수 있게 되었지요.

당시에는 2차발효에 추가되는 설탕의 양이 적절하지 않아 튼튼하고 두꺼운 유리병에서도 폭발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적어도 50%~80%가 터졌다고 하니 그와중에 버려지는 와인의 양도 엄청났지만, 무엇보다 작업자들은 폭발과 유리 파편으로부터의 부상을 막기위해 철제 마스크와 작업복을 착용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소아의 연구덕분에 폭발률은 4%대로 급감했습니다.


3. 당분, 샴페인 제조법을 완성시키다

앞서 말씀드린 1830년대 프랑소아의 논문이 발표되고 곧이어 1850년대,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스 파스퇴르 Louis Pasteur에 의해서 효모와 발효의 관계도 밝혀지면서, 샴페인 제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인 리큐어 드 티라주 Liqueur de tirage의 기본 레시피가 완성됩니다. 

리큐어 드 티라주 란 병속 2차발효를 위해 스틸 와인을 병입하면서 첨가하는 용액인데요. 당분과 효모, 그리고 와인의 혼합물입니다. 

프랑스어로 리큐어 Liqueur 는 ‘액체’를, 티라주 tirage 는 ’끌어냄‘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서는 ‘2차 발효를 일으키기 위한 액체’ 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프랑스 와인 수업때 (FWS: French Wine Scolar 프로그램) 선생님이 티라주 tirage 를 외울때 영어의 트리거 trigger를 연상하면 쉽게 외워진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원은 다르지만, 단어의 생김새나 의미는 비슷합니다. 트리거 trigger 는 ‘방아쇠’라는 뜻도 있지만 ‘끌어냄’ 또는 어떤 행위의 ‘시작점’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참고하셔서 기억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현대 리큐어 드 티라주의 기본 레시피는 1리터 당 당분 24그램으로, 이는 샴페인 내부 압력 6기압(6bars, 600kPa)에 맞는 양의 탄산가스를 생성합니다. 최근 일부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새로운 효모종 개발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내부 기압은 유지하면서도 당분 함량을 21그램으로 낮추기도 합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19세기이후 당분으로인해 샴페인 제조기술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말씀 드렸는데요. 다음 포스트에는 당분 이외에도 현대 샴페인의 제조방법을 완성시킨 또 다른 과정들을 포스트 하려고 합니다.

샴페인의 역사 시리즈

샴페인의 역사 1 : 잘 모르는 샴페인의 진실

샴페인의 역사2 : 돔 페리뇽에 대한 거짓과 진실

샴페인의 역사3 : 영국의 엄청난 영향력

샴페인의 역사4 : 19세기, 당분으로 완성된 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