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의 역사 2: 돔 페리뇽에 대한 거짓과 진실

이전 포스트에서 샴페인의 기원과 샴페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샹파뉴 와인은 원래 스틸와인이었고, 돔 페리뇽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당시엔 탄산가스가 생긴 와인을 불량이라 여겨 탄산가스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내용이었죠. 그럼 ‘샴페인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돔 페리뇽은 샴페인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한걸까요?


1. 돔 페리뇽의 신화

짐작하셨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돔 페리뇽이 샴페인을 처음 발명했다고 믿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돔 페리뇽이 스파클링 샴페인을 맛보고 깜짝 놀라서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Come brothers, I am tasting the stars!)’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것도 19세기 마케팅 목적으로 광고에 처음 사용된 문구입니다. 

그의 업적이 신화처럼 과장된 이유는,  페리뇽의 사후 100여년이 지난 1821년, 돔 페리뇽의 후임자인 돔 그루사르 Dom Groussards 가 수도원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자 돔 페리뇽의 샴페인 발명을 비롯하여 수많은 과장된 이야기를 알리기 시작한것 입니다. 돔 페리뇽이 맹인이었다는 것, 그가 처음으로 강한 영국산 유리병과 코르크를 도입했다는 것도 돔 그루사르에서 비롯된 과장입니다.

그도 샹파뉴의 와인 생산자들과 마찬가지로 스파클링와인을 불량이라 생각했고, 와인에서 탄산가스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즉, 그의 평생의 노력은 스틸 와인의 품질개선을 위한 것이었어요. 무엇보다도 검정 포도인 피노누아를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기위해 많은 시도를 했고, 이것이 그의 업적중 가장 높이 평가 받는 것으로, 현대 샴페인 스타일중 하나인 블랑 드 노아 Blanc de Noirs (검정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2. 검정포도, 화이트와인이 되다

17세기 샹파뉴 와인 생산자들이 검정포도인 피노누아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사실도 흥미로운데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샹파뉴 지역의 와인도 대관식 연회에 제공되는 등 품질을 인정 받고 있었지만, 이 당시에 최고로 인정받는 와인은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샹파뉴사람들은 부르고뉴를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샹파뉴의 남쪽에 위치한 부르고뉴는 피노누아를 재배하기 최적의 장소였고, 잘 익은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의 품질은 월등히 높았습니다. 반면 북쪽의 샹파뉴에서 재배된, 상대적으로 완숙도가 떨어지는 피노누아로 생산된 와인은 신선한 산미는 있지만, 옅은 붉은 빛에 당도가 떨어지는 와인이었어요. 

상파뉴 와인 생산자들은 이미 포도의 완숙도 부터 큰 차이가 나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과 경쟁에서 이길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화이트 와인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싶어했습니다. 이때부터 피노누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3. 돔 페리뇽의 업적

돔 페리뇽은 당시 수요가 높았던 ‘피노누아로 만든 화이트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포도 재배와 수확, 와인 제조 및 블렌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샹파뉴 와인의 품질과 위상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포도재배

첫번째로 엄격한 가지치기로(Pruning) 포도나무가 1미터 이상 자라지 않도록 관리하고 포도 수확량을 줄여 포도의 품질을 높였습니다. 수확할때도 이른 새벽 습도 높고,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한송이 한송이 정성들여 멍들거나 상하지 않도록 하는등 수확한 포도의 품질 유지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2) 와인제조

포도를 압착할때 포도즙과 껍질과의 접촉이 심할수록 와인이 색도 붉게 되겠죠. 이런 접촉을 최소화 하기위해 당시의 사람이 밟아서 압착하던 방법 대신, 더욱 빨리, 섬세하게 압착할 수 있는 압착기를 고안해냈습니다. 돔 페리뇽은 포도껍질이 자신이 원하는 고품질의 와인에 상반하는 다른 맛과 거친 텍스쳐를 낸다는 것을 알고있었고, 껍질을 철저히 분리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더 맑고 투명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발효중 생성된 효모 찌꺼기, 즉 앙금을 거르기 위한 랙킹 Racking 작업도 여러번 시도했습니다. 랙킹이란 중력으로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 윗부분의 맑은 와인 만을 빼내어 계속 숙성할 수 있도록 깨끗한 통으로 옮기는 과정을 말합니다.이런 과정들을 통해 와인이 깨끗해지고, 아로마 또한 풍부해집니다. 

(3) 블렌딩

마지막으로, 돔 페리뇽의 뛰어난 후각과 미각으로 철저하게 관리된 각각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의 향과 맛을 선별하고 블렌딩하여 최상의 와인을 생산할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시도가 오늘날 샴페인 하우스가 다양한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를 블렌딩하여 샴페인을 생산하지만 매년 일관성 있는 맛과 품질을 유지할수 있게한 시초라고 볼수 있겠죠.

4. 마치며

돔 페리뇽의 이러한 노력으로 1700년대 그가 생산한 샹파뉴의 화이트 와인은 당시 최고가로 유명세를 떨쳤고, 샹파뉴 와인 뿐만 아니라 현대의 와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지만, 그가 활동하던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까지도 프랑스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의 요구가 없었어요. 여전히 스틸와인이 우세였지요. 이보다 이른시기인 17세기초반에 영국에서 스파클링 와인이 크게 유행하는데, 이것이 그후 프랑스에 전파되어 샹파뉴의 스파클링와인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다음편에서 영국이 샴페인에 끼친 영향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샴페인의 역사 시리즈

샴페인의 역사 1 : 잘 모르는 샴페인의 진실

샴페인의 역사2 : 돔 페리뇽에 대한 거짓과 진실

샴페인의 역사3 : 영국의 엄청난 영향력

샴페인의 역사4 : 19세기, 당분으로 완성된 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