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aine de l’Ecu, Matris 2018, Loire Valley Chenin Blanc
예전 WSA 와인 아카데미 6주 코스였던 FWS(French Wine Scolar)에서 루아르 수업후 복습차원에서 구입한 슈냉블랑 와인들중 하나입니다. (새마을 구판장 8만원대) 한동안 잊고 있다가 셀러를 열어서 시음해봤습니다.
내추럴 와인인줄은 몰랐죠;; 단지 루아르 슈냉블랑 100%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했습니다.
잔에 따르고 향을 맡아보니 전통주에서나 맡을 법한 구수한 누룩에 밀랍향 오래된 사과, 은은한 모과향도 있었습니다. 슈냉블랑의 신선한 꽃과 과일향을 기대했다가 좀 당황했네요. ㅎㅎ 맛을보니 스페인 쉐리 느낌에 나름 바디감도 있었고요. 알콜도수 14.5%이니, 확실히 쉐리 느낌이 났던게 높은 알콜도수 때문일수도요. 이 와이너리, 찾아보니 루아르에서 전통있는 바이오다이나믹 Biodynamic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1. 와이너리 : 도멘 드 레뀌 Domaine de l’eau
위치 : 루아르 밸리, 페이낭떼
루아르강은 길이 1000km가 넘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루아르 밸리는 루아르 강을 따라 넓게 분포된 4개의 와인 산지로 구분되어 지역별로 특색이 뚜렷합니다. 루아르강 하류의 도시 낭트 Nantes 근처 ‘페이 낭떼 Pays Nantais’ 지역에 에 위치했습니다. 페이낭떼는 루아르에서도 전통적인 포도 품종 뮈스카데 Muscadet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도멘 드 레뀌 와이너리
전체 25헥타르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1975년 유기농 인증을 시작으로 비오디나미 인증인 Demeter와 (1998) & Biodyvin (2004)을 받았고, 주요품종 뮈스카데 이외에도 다양한 품종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내추럴와인 답게 암포라(토기 항아리)에 발효시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9~18개월간 쉬르 리 (Sur Lies : 효모의 앙금으로 숙성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루아르 화이트와인 제조에 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2. 라벨정보
와인 라벨 앞면에는 아무 텍스트 없이 이런 이미지만 있습니다. 많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 이미지는 12세기 이탈리아 성당에 제작된 모자이크 벽화로, 미카엘 대천사 입니다. 마르토라나 La Martorana 성당에 제작된 벽화입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 팔레르모에 위치)
주관적으로 해석한 라벨의 의미 : 마트리스와 대천사 미카엘
마트리스 Matris 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어머니” 또는 “모체”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 이름을 와인에 붙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와인이 생명력과 자연에서 비롯된다는 와이너리의 철학을 반영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천사 미카엘은 기독교에서 보호와 정의를 상징하고, 악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성상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오가닉, 바이오다이나믹의 가치를 추구하는, 예를들면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고 아끼며, 인공화학 물질사용을 지양하는 등의 가치와 일맥 상통하는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트리스라는 네이밍과도 연관이 되어보이고요. 이 곳의 라인업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이런식의 라벨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아이콘과 아무 텍스트 없는 형식이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도멘 드 레뀌에 이메일을 보내긴 했는데 답은 없네요 ㅎㅎ
3. 테이스팅 노트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 향을 맡아보니 전통주에서나 맡을 법한 구수한 누룩향에 오래된 사과향, 아주 미묘하게 모과향이 같이 있었습니다.
맛을보니 쉐리 느낌에 나름 바디감도 있었고요. 오일리하고 걸죽한 텍스쳐 등등.
아래는 와이너리 사이트의 이 제품 테이스팅 노트에요.
“밀(wheat)의 컬러 – (볏짚색.. 뭐 이런느낌이겠죠?).
감귤류와 하얀 꽃, 모과, 라임, 꿀, 아카시아의 섬세한 노트를 섞은 뚜렷한 미네랄 느낌.
부드럽지만 매우 밀도높고, 풍부하고, 리치한 와인.
세밀하고 복잡한 감귤류의 신선함과 균형 잡힌 산미의 노란 과일.
긴장감과 파워, 미네럴리티가 잘 조화된 슈냉블랑.“
음.. 아주 썩 공감되지 않는 내용이었어요. 섬세한 노트라는데 너무 섬세한건지..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슈냉 블랑 와인은 사과, 모과, 꿀, 흰꽃의 노트를 갖고 있는건 알겠는데. 이 와인에서는 누룩이나 내추럴와인 특유의 쿰쿰한 향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리뷰어들은 비왁스, 벌집, 라놀린 향이 난다고 하네요. 아무튼 프레시한 과일이나 꽃향보다는 그런느낌이 많이 강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뚜렷한 미네랄 느낌이라는게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저한텐 아래 비비노 유저의 담백한 리뷰가 더 와닿았어요. (2021년 6월 테이스팅)
“암포라(Amphora :토기)에서 발효된,
여과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풍미 가득한. 멋지고 짙은 황금색.
란시오(Rancio : 랑그독의 주정강화 와인의 강한 발효레벨, 오래 발효된 느낌이란 의미).
약간의 과일, 상큼한 산도가 있는 멋지고 풍부한 균형 잡힌 와인.“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괜찮지 않나요 ? 약간의 과일, 신선한 산도.. 전 이런 솔직하고 무덤덤한 평 너무 좋아합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니라 다시는 구입 안할겁니다. 내추럴, 오가닉 재배, 요즘 웬만한 유명한 와이너리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자연과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면서도 본연의 브랜드와 제품의 캐릭터를 잃지 않는 것이 저에겐 좀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저의 주관적인 취향을 빼면 비비노 평도 꽤 괜찮은 좋은 와인인것 같아요. (4.2점) 내추럴와인과 쉐리 좋아하시는 분은 시도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